테슬라의 자리를 걷어찬 혁신의 전기차 GM “EV1”

테슬라는 현재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브랜드입니다. 그러나 2008년 테슬라의 로드스터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다양한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시장에 도전한 적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테슬라가 등장하기 전, 바로 테슬라의 위치에 있었던 GM의 EV1을 소개합니다.

전기차 생산의 재시동

1990년대, 자동차 공해를 견디다 못한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내놓은 “배기가스 제로법”. 이 법으로 인해 잊혀졌던 전기차 개발에 재시동이 걸립니다. 배기가스 제로법은 캘리포니아에서 차량을 판매하려면 판매되는 자동차의 20%는 배기가스가 전혀 없는 자동차여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 결과 잊혀졌던 “전기자동차”가 다시 등장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자동차 브랜드들은 앞다퉈 전기자동차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됩니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1996년 GM에서 내놓은 전기자동차 EV1입니다.

General Motors (GM) – EV1

이 시기 GM에서 가장 먼저 내놓은 전기자동차인 EV1은 최고시속 130km/h, 한번 충전으로 160km 주행을 달성했고, 소음도 없고 내연기관차에 비해 훨씬 저렴한 유지비에, 당시 이미 키리스 엔트리(keyless entry)와 키리스 스타트(keyless start), 가정 충전도 가능했던 획기적인 자동차였습니다. 더구나 가격까지 저렴해서 그 인기가 나중에 등장하는 테슬라만큼이나 폭발적인 반응이었습니다.

EV1은 현재의 전기차 시장의 선구적인 모델로, 다양한 고급 기술과 혁신적인 디자인을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2003년 GM은 전기자동차 EV1 생산라인을 돌연 폐쇄합니다. 여러 정치적,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EV1은 짧지만 강한 임펙트만 남기고 사라지게 됩니다.

당시 생산라인만 폐쇄한 것이 아니라, 대여되었던 차량 모두를 회수하여 사막에서 폐차시켜버립니다.

EV1으로 인해 타격을 입게 된 자동차 회사들과 석유회사, 자동차 부품회사들이 합동으로 이 전기차를 없애려 끈질기게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로비를 하였고, 그 결과 전기자동차를 생산하게 되었던 동기가 된 “배기가스 제로법”을 주정부가 폐기하게 되면서, 더 이상 전기차를 만들어야할 이유가 없어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즉, 배출가스 없는 차량 20%를 맞출 필요가 없어졌으므로 출혈을 감수하고 생산하고 있었던 전기차 라인을 즉시 폐쇄하였고, 관련된 모든 직원을 해고한 뒤, 출고했던 EV1 중 수거할 수 있는 모든 차량을 수거하여 사막 한 가운데에서 폐차를 단행합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다시 휘발유차를 판매하여 매꾸게 됩니다. 전기차 이용자와 환경단체의 반발도 극심했으나, 결국 GM은 기업의 이윤을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만일 이때 GM이 내외부의 압박과 잠깐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EV1과 후속 전기차를 계속 생산했더라면, 지금의 테슬라의 위치는 GM의 것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좀더 클린한 세상을 좀더 일찍부터 만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당장의 이익을 택한 GM의 선택이 아쉬울 듯 합니다. 어쨌든 GM은 2009년에 파산신청을 하게 됩니다.

역사상 가장 큰 파산인 당시 GM의 파산은 2007년~2008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대부업체의 파산의 연쇄 영향이었지만, 반면 이 위기 때 등장한 테슬라와 시기가 겹치면서 뭔가 자동차 시장의 대세 흐름이 바뀌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무리

이밖에도 테슬라 등장 이전에 등장한 전기차들이 있습니다. 1998년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 Nissan의 Altra EV도 약간의 인기를 얻지만 대중화에는 실패하였고, 토요타 역시 1990년대 후반 RAV4 EV를 생산했고, 포드에서도 픽업트럭 형태의 전기차 레인저 EV를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생산했습니다.

하지만 EV1 만큼의 폭발적인 반응엔 많이 미치지 못했으며, 이후 테슬라가 등장합니다. 테슬라의 등장과 성공은 확실히 전기차 시장을 혁신하고 대중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테슬라 이전에도 여러 브랜드들이 전기차의 가능성을 보고 도전했었다는 사실. 그렇기에 그 발전의 연장선상으로 테슬라가 궤도에 올라설 수 있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들의 노력들이 현대 전기차 산업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