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돈’을 사용하지만, 정작 누가 그 돈을 만드는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중앙은행이 인쇄한 현금만이 돈일까요? 실제로 우리의 통장에 찍히는 숫자들은 대부분 시중은행이 ‘신용’으로 창조한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발권력의 진짜 주체와 신용 창조 시스템의 원리를 실전 사례와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자세히 설명드립니다.
1. 돈을 만드는 주체는 누구인가?
🎯 핵심 요약: 돈은 중앙은행뿐 아니라 시중은행도 만든다.
돈이란 무엇인가? 많은 이들이 ‘돈을 찍는 기관’으로 중앙은행을 떠올리지만, 실제 경제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돈은 시중은행이 대출을 통해 만들어낸 신용화폐입니다.
중앙은행은 통화를 ‘발권’하여 법정통화(지폐와 주화)를 유통시키는 권한을 갖지만, 이는 전체 통화량의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급여를 받거나 결제를 할 때 사용하는 대부분의 ‘돈’은 은행 계좌 내 숫자 형태로 존재하며, 이는 사실상 시중은행의 장부상 기록입니다.
이러한 방식의 돈 창출은 ‘신용 창조(Credit Creation)’라고 부르며, 금융 시스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국제결제은행(BIS)도 이에 대해 “시중은행은 단순히 기존 자금을 대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예금을 창출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BIS Working Paper No. 529).
즉, 오늘날 통화는 두 축으로 나뉩니다:
1) 기초통화(Base Money):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통화
2) 신용통화(Credit Money): 시중은행의 대출을 통해 창조된 예금
이 중 신용통화가 전체 통화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이는 다음 장에서 중앙은행의 발권력과 그 한계, 그리고 시중은행의 창조 메커니즘을 비교하면서 더욱 분명해집니다.
2. 중앙은행의 역할과 발권력
🎯 핵심 요약: 중앙은행은 기초통화만 발행하며, 신용통화 창조에는 간접 관여
중앙은행이 돈을 찍는다고 할 때, 여기서 말하는 ‘돈’은 법정통화인 지폐와 주화, 그리고 일부 준비금에 해당합니다. 한국은행법 제75조는 다음과 같이 명시합니다. “한국은행은 통화의 유일한 발행기관이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1) 발권력의 범위
‘발권력’이란 법정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법적 권한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중앙은행의 발권은 경제에서 유통되는 전체 화폐 중 5~10%에 불과합니다. 그 외 대부분의 자금은 민간 금융기관의 대출로 인해 생기는 예금으로,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지 않습니다.
중앙은행은 대신 기준금리 조정, 공개시장 조작(국채 매입·매도), 지급준비율 설정 등을 통해 시중 통화량에 간접적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곧 ‘통화정책’이라 불리며, 통화량을 직접 통제하기보다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2) 중앙은행 준비금과 시중은행 관계
시중은행은 한국은행에 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결제나 준비금 관리를 수행합니다. 이때 중앙은행이 공급한 준비금(reserve)이 은행의 신용창조 범위에 일정 영향을 주게 됩니다.
하지만 준비금이 아무리 많아도 시중은행이 대출을 하지 않으면 ‘신용 창조’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실제 통화량 결정에 있어 가장 큰 역할은 시중은행의 대출 행위와 그 리스크 판단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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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중은행의 신용창조 방식
🎯 핵심 요약: 은행은 예금으로 대출하는 것이 아니라 대출로 예금을 만든다.
1) 지급준비율 제도
시중은행은 예금자의 돈 일부만을 준비금으로 보관하고, 나머지를 대출합니다. 이를 부분지급준비제도(Fractional Reserve System)라 하며, 예를 들어 지급준비율이 10%라면 100만 원 예금 중 10만 원만을 준비금으로 보유하고 90만 원을 대출할 수 있습니다.
이 대출금이 또 다른 계좌에 예금되면, 다시 90%가 대출로 전환되어 경제 내 ‘돈’이 연쇄적으로 창조되는 구조입니다. 이처럼, 단일 기초통화가 몇 배의 신용통화를 만들어내는 것을 ‘통화승수(Multiplier)’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2) 예대마진 구조
은행은 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창출합니다. 예를 들어 연 6% 대출이자와 연 2% 예금이자 차이인 4%가 수익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돈을 ‘창조’함으로써 수익 기반이 확장됩니다.
결과적으로, 시중은행은 단지 자금 중개를 하는 것이 아닌, 경제 전체의 통화량을 좌우하는 핵심 기관으로 작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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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민간대출과 통화팽창의 연관성
🎯 핵심 요약: 대출이 증가하면 통화량도 자동으로 증가한다.
많은 사람이 “돈이 모자라니까 대출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금융 시스템에서는 대출이 먼저, 돈은 그다음입니다. 즉, 민간은행이 대출을 승인하는 순간 ‘신용’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돈이 창조되며, 이는 실질적인 통화팽창으로 이어집니다.
📊 민간대출과 통화량 비교 (M2 기준)
연도 | 민간신용 잔액(조 원) | M2 통화량(조 원) | 동반 증가율(%) |
---|---|---|---|
2018년 | 2,024 | 2,602 | +5.2% |
2020년 | 2,529 | 3,025 | +7.4% |
2022년 | 3,036 | 3,831 | +8.3% |
※ 출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위 표에서 보듯이, 민간 대출이 증가한 연도에는 통화량도 거의 비례해 증가합니다. 이는 시중은행이 대출을 승인할 때 예금이 자동 생성되는 구조 때문입니다. 대출은 곧 ‘예금 창조’이며, 이는 통화지표(M2)에도 직접 반영됩니다.
이처럼 ‘대출=통화창조’라는 메커니즘은 물가 상승률, 자산시장 가격, 금리 정책 등 전반적인 경제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5. 정부는 왜 직접 돈을 못 찍는가?
🎯 핵심 요약: 화폐 발행은 정부가 아닌 중앙은행의 독립적 권한
1) 헌법상 제한
대한민국 헌법과 한국은행법은 ‘통화의 유일한 발행기관’을 중앙은행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부가 직접 돈을 찍어내는 일을 금지하여, 통화의 가치 안정과 시장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만약 정부가 자유롭게 화폐를 발행한다면, 정치적 목적에 따라 과잉 발행이 이루어지고 결국 극심한 인플레이션 또는 화폐가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1920년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초인플레이션 사태가 자주 인용됩니다.
2) 통화정책 독립성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금융시장의 신뢰 기반입니다. 만약 정부가 세입 부족 시마다 중앙은행을 통해 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균형이 무너지고 시장이 불안정해집니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정부의 예산집행과 분리된 구조로 운영되며, 정부가 자금을 필요로 할 경우 국채 발행을 통해 민간자본을 조달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정부와 중앙은행의 기능 분리는 화폐가 신뢰를 유지하는 최소 조건입니다.
6. 카드론, 마이너스통장은 어떻게 작동하나?
🎯 핵심 요약: 카드론과 마이너스통장도 신용창조 행위의 일부
일반적인 은행 대출뿐 아니라, 카드론이나 마이너스통장도 시중은행의 신용창조 수단에 포함됩니다. 이들 상품은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신용을 담보로 한 대출’이지만, 거시적으로는 통화량 증가에 기여하는 메커니즘입니다.
1) 카드론 구조
카드론은 신용카드 회사가 직접 제공하는 무담보 단기대출입니다. 고객의 신용등급, 이용내역, 결제이력 등을 바탕으로 한도와 금리가 결정됩니다. 대출 실행 시 해당 금액은 고객 계좌에 예금 형태로 입금되며, 이는 곧 ‘신용으로 창조된 돈’이 경제 내로 유입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카드사 자체가 지급준비율 없이도 소비자 계좌에 돈을 창조해 넣는 셈이며, 이 구조는 전통적인 은행 대출과 원리는 동일합니다. 신용으로 예금을 만들어내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2) 마이너스통장 작동방식
마이너스통장은 신용한도 내에서 반복 인출이 가능한 개인신용대출 상품입니다. 처음부터 대출을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계좌 내에서 설정된 한도까지 자유롭게 출금하고 잔고는 ‘음수’로 표시됩니다.
예를 들어, 1,000만 원 한도의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면, 계좌에는 잔액이 0원이라도 최대 1,000만 원까지 출금 가능합니다. 이때 출금된 금액 역시 시중에 유입되며, 대출 실행과 동시에 새로운 통화가 생긴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집니다.
결국 이러한 신용 상품의 활성화는 민간소비 확대와 더불어 통화량 증가 →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들 상품의 총량도 통화정책의 하나로 관리합니다.
7. 결론
🎯 핵심 요약: 돈은 정부가 아니라 ‘신용’이 만든다.
‘돈을 누가 만드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히 ‘한국은행’이라 답할 수 없습니다. 중앙은행은 법정통화만 발행하며, 실제 경제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돈은 시중은행이 신용으로 창조한 것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예금은 대출에서 시작되며, 이 구조는 카드론, 마이너스통장 등 다양한 신용 상품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즉, 통화는 국가가 아닌 민간 금융기관이 창출하는 셈입니다.
따라서 통화정책을 이해하려면 단순히 기준금리만이 아니라, 민간대출·신용공급·은행의 리스크관리까지 폭넓게 살펴봐야 합니다. “돈을 찍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은, 오늘날 금융 시스템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경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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